기후변화 문제가 나타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탄소포집설비(이하 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는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산업을 축소하지 않으면서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다는 점때문에 각광받는 기술이다(처음에는 CCS라고 주로 쓰이다가 어느 순간 활용(Utilization)을 포함하여 CCUS라고 불리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CCS가 이산화탄소 완화 정책의 중요한 요인으로 제시된다. 세계에너지기구(IEA, 2015)는 2도씨 경로 기술별 누적감축 기여율에서 CCS가 13% 정도를 담당하도록 제안하고 있으며, IPCC에서도 완화정책으로써 CCS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2021년 10월 18일 정부(탄소중립위원회)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개최된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의장국 프로그램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40% 상향된 NDC 목표를 공식화했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CCS는 9가지 주요 감축부문 중 하나에 포함되어 탄소중립의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다. 그런데, 정말로 CCS가 이산화탄소 감축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CCS 국책 사업을 약 5년 간 담당해 본 경험에서.. 나는 CCS 기술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왜 불가능한지에 관해 화력발전소에 설치하는 CCS 설비를 예로 몇 가지 비판할 지점을 제안해 보겠다.
CCS 기술의 종류 및 소개
먼저 간략히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을 소개해 보겠다. CCUS는 아래와 같이 다양한 이산화탄소 배출원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이를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포집 기술의 종류는 크게 3가지라고 볼 수 있는데(내가 CCS 과제를 떠나온지가 약 4년 가까이 되어서 outdated 될 수 있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혁신적인 기술은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 괜찮을 듯하다)
1) 연소 전 처리, 2) 연소 후 처리(습식), 3) 연소 후 처리(순산소)로 구분할 수 있다. 연소 전 포집 기술은 분리 전환되는 수소의 가스화 공정을 필요로 하는 곳, 수소를 주 연료로 하는 공정이 필요한 곳(e.g. 비료공장)에서 선호되며, 포집력이 좋은 반면 불순물 함량이 높아 추가 공정이 필요하다. 연소 후 포집 기술(습식)은 기존 석탄 또는 가스 화력 발전소에 적용 가능한 포집기술로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내가 담당했던 기술). 이 기술은 흡수제(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물질) 성능에 따라 발전소 효율이 하락할 수 있고, 흡수제의 가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연소 후 처리(순산소)는 기존 발전 시설물들과의 연계 운용이 수월하지만 공기로부터 산소를 분리하는 초기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을 가진다.
포집이 된 이산화탄소는 수송을 통해 저장지로 이동을 하게 된다. 보통 1) 파이프라인, 선박, 트럭을 이용하게 되는데, 초기 파이프라인 시설만 설치하면 별도의 이산화탄소 압축 및 냉각 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파이프라인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송된 이산화탄소는 이제 어느 지점에 매설되게 된다. 저장기술은 보통 1) 지중, 2) 해양, 3)지표에 저장된다. 지중 저장이 가장 널리 알려져있고, 쉽게 이용되고 있는데, 유정, 가스정, 석탄층에서 석유, 가스, 석탄을 빼낸 자리를 이산화탄소로 메우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석유를 시추할 때 원활히 뽑아낼 수 있도록 일정한 압력을 가하게 되는데 이때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석유를 뽑는 것이다.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면 저장지에서 빠져나간 압력이 도로 채워져 무너지지 않는 장점도 있다(고 들었다ㅎㅎ).
연소 후 습식아민 이산화탄소 포집공정의 프로세스
자, 이제 화력발전소에 설치되는 연소 후 습식아민 이산화탄소 포집공정의 프로세스를 간단히 살펴보자. 아래 그림처럼 굴뚝에서 배출되어 탈황설비를 거친 이산화탄소는 흡수공정과 재생공정을 거치며 99.99% 이상의 농도로 추출된다. 흡수공정에서는 배가스와 흡수제(보통 Amine 계열 물질)가 접촉하면서 흡수제가 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머금(?)고 다른 배가스는 흘려 보내게 된다. 여기에서 흡수제 성능이 좋으면 좋을수록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될테니, 성능 좋은 흡수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력연구원에서 Kosol 시리즈 개발하고 있다.
흡수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흡수제는 이제 재생공정으로 흘러간다. 재생공정에서는 적당한 환경을 조성하여 흡수제에서 이산화탄소를 강제로 떼어내게 된다. 이때, 일정한 온도 이상을 유지해야 하므로 열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재생공정을 통과한 흡수제는 다시 재활용되어 흡수공정으로 이동하고, 추출된 이산화탄소는 순도를 높이기 위해 간단한 후속 공정을 거치게 된다.
엄청 간단한 프로세스다. 흡수제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흡수된 흡수제를 가열해 이산화탄소를 다시 분리시킨다. 여기서 추출된 이산화탄소는 약 99.99% 이상의 순도를 가지는 매~우 퓨어한 이산화탄소이다.
문제점
위 글에서도 조금씩 설명했지만 CCS 프로세스는 몇 가지 중대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1. 저장
1) 저장지 및 수송의 어려움
목적에 맞게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CO2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지질 구조에 저장해야 한다. 유전이나 가스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전이나 가스전이 없는 지역에서는 활용이 매우 제한적이다. 수송을 위해 가장 경제적인 파이프 라인을 이용하지 못하므로 선박이나 트럭을 이용해야 하는데, 트럭은 대용량 수송에는 적합하지 못한다. 이산화탄소를 수송하는 선박을 만들어야 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선박을 만들만한 동기가 부족하다.
2) 누출의 위험
CO2 저장 과정에서 CO2가 대기 중으로 빠져 나가거나 바다로 스며든다면 CCS 기술은 아무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의미를 넘어 만약 사고가 발생해서 순도 높은 이산화탄소가 유출된다면? 연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5%가 넘어가면 식물 성장에 해를 줄 뿐만 아니라 인간 및 동물의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가한다(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0.4%이다). 대표적으로 카메룬의 Nyos 호수의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가 있다. 화산활동으로 야기된 균열로 호수 내 이산화탄소가 대규모로 유출되었고, 유출된 이산화탄소가 협곡을 따라 조성된 마을을 덥쳐 약 1,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다.
2. 발전 효율 저하
에너지경제연구원(2016)에 따르면 CCS 설비를 건설하면 약 5~20%의 효율이 저하된다고 보고한다. 가뜩이나 석탄화력발전소는 효율이 낮은 설비인데 여기서 더 낮아지다니..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간단하게 아래와 같다.
1) CCS 설비 구동에 따른 전력사용 증가: CCS 설비를 구동하기 위해 펌프, 송풍기 등을 가동한다.
2) 사용 연료양이 증가: CCS 설치 전 대비 발전소 출력이 낮아지므로 더 많은 연료를 투입해야 한다.
3) 흡수제를 사용에 따른 효율 저하: CO2 탈거탑에서 흡수제와 CO2를 분리하기 위해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140도씨 이상; 지금은 좀 더 낮아졌으려나..).
3. 발전 단가 상승
CCS 기술의 경제성 평가분석(이지현 외, 2016)은 발전단가가 약 43%나 증가할 거라고 보고한다. 그런데 이 비용에는 수송 및 저장 비용이 제외되어 있고, 흡수제의 재생에너지 및 CO2 포집 성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가정한 비용이다. 내가 담당했던 10MW 급 습식아민 CCS 설비의 건설비용이 약 200억 이상이었다(포집 설비만...). 석탄화력발전소 한 기가 보통 150MW인 것을 감안하면 용량에 맞는 CCS 설비의 건설비용은 선형적으로 비례하여 증가하지는 않더라도 어마무시할 것이다. 과연 그 금액을 감당할만큼 CCS가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비용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한다면?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고 미래지향적일지는 누구나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4. 그 밖에
1) 대중의 수용성 문제
조가비 외(2016)의 "국가 CCS 종합추진계획 이행점검 및 개선과제 도출 연구"에 따르면 국내 5개 분지(경상, 포항, 태백, 음성, 장기)가 저장에 적합한 후보지로 낙점되어 실제 저장을 위한 잠재능력을 평가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육상/해상 저장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나 어민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까? 우리집 근처에 CO2를 저장한다고 하면... 난 거기 못 산다.
2) 법제화 문제
지금은 모르겠지만 2017년 쯤에는 이산화탄소가 폐기물로 처리될 수 있는지, 그에 관한 법제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기술이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폐기물로 지정이되고 기준 농도가 정해져야지만 폐기를 위한 저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텐데, 과연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라나.. 또한, 저장과 관련해서 지하공극 소유권의 문제와 저장소 관리 또는 폐쇄 후 관리 책임의 문제까지.. 산적해 있다.
결론
과연 대한민국에서 CCS 설비가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왜 정부가 계속 CCS를 주요한 대안으로 끌고 가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다. 내가 담당했던 10MW 급 설비는 하루에 약 150~200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어마 무시한 양이다. 석탄화력발전소 1기의 용량이 150MW인 것을 감안하면, CO2 포집의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그러면 뭐하나, 저장할 곳이 없는데. 아무리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고 해도 안전한 저장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포집한 이산화탄소의 가격이 경제적으로 매력적인가? 포집설비, 액화 설비(위에서 설명하지 않았지만 일정한 압력와 온도 조건이면 이산화탄소를 액화시킬 수 있다), 이산화탄소 수송용 선박을 만들어서 판매할 만큼 경제적 가치가 있을까? 음.. 폐기물로 취급되는 물질의 가격이 얼마나 매력적이겠나.
CCS 기술이 도입되던 초기에 CCS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같이 약간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파악할 정도로 난제가 산적해 있는 사업이 아직도 유망하다고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술과 한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입을 닫아서인가, 아니면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파악하지 못 한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는 것인가? 탄소중립 2030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이 무엇일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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